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디제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 가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와 고용불안의 경제 위기.
시민들의 의사가 억눌리는 민주주의의 위기
냉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위기
이러한 위기 속에 저는 제 후임 대통령이자 각별한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저보다 앞세워 보내야만 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이 위기는
피할 수 없는 위기, 자연발생적인 위기가 아닙니다.
행동하십시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생각을 멈추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생각을 피력함에 있어서 망설이지 마십시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쪽에 참여하고 후원하십시오.
자신이 그르다고 보는 쪽엔 비판과 항의를 거두지 마십시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하십시오.
여러분들이 선택한 행동은 제가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를 겁니다.
그러나 여러 다양한 생각과 행동이 때론 맞부딪히고 때론 어우러지는 것이
바로 진정한 민주주읩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의 저력을 믿습니다.
우리는 4.19혁명, 군사독재에 맞선 부산-마산과 광주의 항쟁, 그리고 전국이 하나로 일어난 6월항쟁으로
민주화의 시동을 걸고, 다 같이 잘사는 나라로 가는 걸음을 뗐었습니다.
나중엔 IMF 경제 위기까지 맞이했지만,
여러분들은 건국 이후 최초의 평화적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해주셨습니다.
따라서 작금의 위기는 더 큰 도약과 행복을 향한 강하지만 짧은 시련이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의 앞날에 놓여진 하나의 디딤돌로서, 여러분들이 저를 활용하면서,
저를 밟고 넘어가면서, 더 나은 내일로 가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현대사처럼, 저 역시 쉽지 않은 행로를 걸어왔습니다.
죽을 고비도 넘겨야 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해 총살당할 뻔하기도 했고,
유신정권에 피랍되어 바다에 수장되기 직전에 구출되기도 했습니다.
1980년에는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1971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선거부정에도 불구하고 46%의 지지율을 받았습니다.
투옥, 연금과 망명에 점철된 80년대에도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다시 정계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두 차례 더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결국은 민주화와 남북화해, 대중참여경제라는
저의 사상과 소신을 국민 여러분께선 인정해주셨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초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국민 여러분께서 제게 주신 것들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 여러분들의
하해와 같은 성원을
갚지 못하고
이렇게 먼저
작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세월 우리가 쌓았던 공든 탑이
고작 몇년간의 후퇴와 실책으로 무너지진 않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지 여러분들의 그림자였을 뿐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저는
영원히
가슴에
간직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