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6. 20:09
신해철이 SBS로 돌아온 다음에 그의 방송을 들은 건 이번주가 처음이었다.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로니 제임스 디오 특집을 했다. 선곡은 'Rainbow'의 <Temple of the king>, <Kill the king>, <Rainbow eyes>, 'Black Sabath'의 <Heaven and hell>, <Paranoid>, 'Dio'의 <Holy diver>, <We rock>. 다 아는 노래들이었고, 신해철의 설명도 다 아는 바였다. 적어도 그만큼은 내가 디오에 심취해 살았다는 뜻이다.
'크래쉬'의 안흥찬은 1997년도 <Rock It>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애들이 너바나는 알지만 디오 같은 건 전혀 모른다고 푸념했다. 그때 디오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당시는 P2P도 스트리밍 서비스도 없던 시점이었고, 구미 시내에서 테이프가 가장 많은 가게는 우리 집과 승용차로 20분 거리에 있었다. 나는 이듬해 구미 시내 근처의 고교로 진학해서야 디오의 테잎을 살 수 있었다. 디오는 'Elf'라는 그룹에서 무명생활을 했고, 'Rainbow'에서 스타덤에 올랐으며, 'Black Sabath'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가, 제 이름을 딴 'Dio'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내가 처음 구입했던 건 Rainbow의 베스트 앨범이었고 그 다음이 Dio의 베스트 앨범이었다.
디오는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다. 그가 성악으로 길을 틀었다면 혹 파바로티나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인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감히 상상한다. 그러나 파바로티가 록 보컬이 되었다면 로니 제임스 디오만큼 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또 나는 감히 장담한다. 디오는 역대 최강의 헤비메틀 보컬리스트 가운데 한명이다. 그 최강의 인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탈락시키더라도 로니 제임스 디오는 최후에 남을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그는 가장 완벽한 발성을 자랑한다. 디오는 흔히 롭 핼포드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소개되는데, 핼포드와는 판이한 발성을 가지고 있다. 제일 크게 도드라지는 부분이 바로 흉성이다. 악을 썼을 때 머리가 울린다고 두성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되듯, 낮고 굵은 소리를 낼 때 가슴이 울린다고 흉성은 아니다. 흉성은 혀를 이용한다. '이'발음에서 명확히 드러나며, 흉식 바이브레이션과 어우러지기도 한다. 금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디오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한다. 흉성은 중음역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며 디오의 노래도 이 법칙을 따르고 있다. 물론 디오의 흉성에는 허스키까지 곁들여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량과 파워를 과시한다.
고음 샤우팅에 귀가 길들여진 이들은 디오의 노래를 쉽게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음을 맞추는 대신 발성을 싱겁게 하거나, 발성을 카피하면서 힘겹게 부르거나. 디오의 보컬이 지닌 최대 약점은 고음에서 중음에서만큼의 파워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점에서는 흉성을 쓰지 않는 롭 핼포드보다 디오가 뒤떨어진다. 인체의 특성상 굵직한 흉성은 높은 소리에서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흉성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 대부분이 이런 난점에 시달린다. 그나마 디오는 저-중-고음역에 두루 노련한 보컬이고 덕분에 역대 최정상의 위치에 선 것이다. 보통의 사람은 흉성을 구사하면서 음을 이동하는 데조차 불편함을 느낀다. 노래방에는 디오가 부른 노래가 몇곡 있지만, 거의 모두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고, 버텨낸 이들조차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방송에서 김경호나 박완규 등이 곧잘 영미의 메틀 명곡을 부르지만, 언제 디오의 노래를 부르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못 봤다. 아, 어디선가 누가 디오가 레인보우 시절에 부른 <Man on the silver mountain>을 부르는 걸 들은 것 같기는 하다. 흉성이 거의 없어진 채로 말이다.
디오 말고 흉성에 능한 보컬리스트로는 데이빗 커버데일과 그레험 보넷이 있다. 데이빗 커버데일은 블루스와 소울에 기반한 음색과 어프로치로 유명하다. 디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그는 디오와는 달리, 외모가 받쳐준다. 레인보우의 후임 보컬인 그레험 보넷은 디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레인보우 탈퇴 이후 '임펠리테리'에서 선보인 그 막강한 성대! 그렇지만 이 둘은 결정적으로 라이브에서의 안정성이 디오에 비해 떨어진다. 더욱이 디오는 스티븐 타일러(에어로스미스)처럼 특이한 음계를 가지지 않았다. 딱딱 음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디오의 외양은 여러모로 카리스마를 내뿜기에 적절치 않다. 그의 홈페이지 디오넷은 키는 '프라이버시'라며 밝히지 않고 있으며, 덕분에 그의 신장이 150대인지 160대인지는 아직도 안개에 휩싸여 있다. 키에 비해 머리는 큰 느낌이고 머리칼에는 윤기가 없다. 허나 그는 이 모든 걸 극복해 내고 중세풍 헤비메틀의 대표 주자로 올랐다. 그 첫번째 비결은 '모션'이다. 그 어려운 노래를 무대 위에서 힘들이지 않고 소화하면서도 그는 전 세계의 레크레이션 강사들을 뺨치는 모션을 구사한다.
그가 보컬리스트일 뿐만 아니라 키보디스트이고, 완성도 높은 뮤지션이라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는 비단 음악적인 요소 뿐만이 아니라 문학적인 배경도 있다. 그가 내뿜는 중세풍의 아우라는 얄팍한 의상이나 소품을 활용한 결과가 아니다. 그는 중세문학에 정통해 있고 이는 그의 가사쓰기에 오롯이 다 반영된다. 심지어 그는 흑마술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런 그가 'king of rock'n roll'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면, 이 세상은 스스로 '기회의 평등'이 얼어 죽었음을 선언하는 꼴이었을 테다.
레인보우나 블랙 새버스에서 음악적 주도권은 기타리스트였던 리치 블랙모어, 토니 아이오미 등에게 쥐어져 있었기에 단순한 보컬리스트가 아니었던 디오는 결국 'DIO'를 결성했다. 나는 이 시절의 디오를 가장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그는 기타리스트에게 발탁되는 훌륭한 보컬리스트에서, 훌륭한 기타리스트를 픽업하는 밴드 마스터로 거듭났다. 이 와중에 탄생된 디오-비비안 캠벨 조는 아더왕-렌슬롯에 비유되던 데이빗 커버데일-존 사이크스(화이트 스네이크) 조와 함께 헤비메틀 불멸의 보컬-기타 콤비로 꼽힌다. 비비안 캠벨 이후에도 'DIO'는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의 등용문이었고, 나는 개인적으로 <Wild One>에서 17세 기타리스트가 디오와 함께 튀긴 불꽃을, 디오의 베스트로 지목한다.
디오처럼 되고 싶어? 그렇다 한들 누구한테 "연락해"야 할까. 장르를 바꾸거나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거나. 그래도 디오처럼 되고 싶다면, 다시 태어나라! 스래쉬메틀도 LA메틀/팝메틀도 아닌, 중앙파(?) 헤비메틀(예: 디오를 비롯, 주다스 프리스트, 아이언 메이든)은 옛날에 한물 갔으며, 디오의 전성기도 끝난지 오래. 하지만 분명 나는 디오와 동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것은 우주의 흑마술이 빚어낸 창대한 우연이다. 근래 한 1년반은 헤비메틀을 한낮에만 들었다. 어제 나는 신해철의 방송을 들으며 간만에 듣는 깊은밤의 헤비메틀에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침대에 누워 담담히 듣던 나는, 그러나 블랙 새버스의 <Heaven and hell>을 들으면서 무너졌다. 그것은 소년 시절 밤을 설치게 만들던 헤비메틀이었고, 더구나 그는 로니 제임스 디오였다.
'크래쉬'의 안흥찬은 1997년도 <Rock It>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애들이 너바나는 알지만 디오 같은 건 전혀 모른다고 푸념했다. 그때 디오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당시는 P2P도 스트리밍 서비스도 없던 시점이었고, 구미 시내에서 테이프가 가장 많은 가게는 우리 집과 승용차로 20분 거리에 있었다. 나는 이듬해 구미 시내 근처의 고교로 진학해서야 디오의 테잎을 살 수 있었다. 디오는 'Elf'라는 그룹에서 무명생활을 했고, 'Rainbow'에서 스타덤에 올랐으며, 'Black Sabath'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가, 제 이름을 딴 'Dio'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내가 처음 구입했던 건 Rainbow의 베스트 앨범이었고 그 다음이 Dio의 베스트 앨범이었다.
디오는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다. 그가 성악으로 길을 틀었다면 혹 파바로티나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인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감히 상상한다. 그러나 파바로티가 록 보컬이 되었다면 로니 제임스 디오만큼 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또 나는 감히 장담한다. 디오는 역대 최강의 헤비메틀 보컬리스트 가운데 한명이다. 그 최강의 인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탈락시키더라도 로니 제임스 디오는 최후에 남을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그는 가장 완벽한 발성을 자랑한다. 디오는 흔히 롭 핼포드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소개되는데, 핼포드와는 판이한 발성을 가지고 있다. 제일 크게 도드라지는 부분이 바로 흉성이다. 악을 썼을 때 머리가 울린다고 두성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되듯, 낮고 굵은 소리를 낼 때 가슴이 울린다고 흉성은 아니다. 흉성은 혀를 이용한다. '이'발음에서 명확히 드러나며, 흉식 바이브레이션과 어우러지기도 한다. 금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디오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한다. 흉성은 중음역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며 디오의 노래도 이 법칙을 따르고 있다. 물론 디오의 흉성에는 허스키까지 곁들여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량과 파워를 과시한다.
고음 샤우팅에 귀가 길들여진 이들은 디오의 노래를 쉽게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음을 맞추는 대신 발성을 싱겁게 하거나, 발성을 카피하면서 힘겹게 부르거나. 디오의 보컬이 지닌 최대 약점은 고음에서 중음에서만큼의 파워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점에서는 흉성을 쓰지 않는 롭 핼포드보다 디오가 뒤떨어진다. 인체의 특성상 굵직한 흉성은 높은 소리에서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흉성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 대부분이 이런 난점에 시달린다. 그나마 디오는 저-중-고음역에 두루 노련한 보컬이고 덕분에 역대 최정상의 위치에 선 것이다. 보통의 사람은 흉성을 구사하면서 음을 이동하는 데조차 불편함을 느낀다. 노래방에는 디오가 부른 노래가 몇곡 있지만, 거의 모두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고, 버텨낸 이들조차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방송에서 김경호나 박완규 등이 곧잘 영미의 메틀 명곡을 부르지만, 언제 디오의 노래를 부르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못 봤다. 아, 어디선가 누가 디오가 레인보우 시절에 부른 <Man on the silver mountain>을 부르는 걸 들은 것 같기는 하다. 흉성이 거의 없어진 채로 말이다.
디오 말고 흉성에 능한 보컬리스트로는 데이빗 커버데일과 그레험 보넷이 있다. 데이빗 커버데일은 블루스와 소울에 기반한 음색과 어프로치로 유명하다. 디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그는 디오와는 달리, 외모가 받쳐준다. 레인보우의 후임 보컬인 그레험 보넷은 디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레인보우 탈퇴 이후 '임펠리테리'에서 선보인 그 막강한 성대! 그렇지만 이 둘은 결정적으로 라이브에서의 안정성이 디오에 비해 떨어진다. 더욱이 디오는 스티븐 타일러(에어로스미스)처럼 특이한 음계를 가지지 않았다. 딱딱 음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디오의 외양은 여러모로 카리스마를 내뿜기에 적절치 않다. 그의 홈페이지 디오넷은 키는 '프라이버시'라며 밝히지 않고 있으며, 덕분에 그의 신장이 150대인지 160대인지는 아직도 안개에 휩싸여 있다. 키에 비해 머리는 큰 느낌이고 머리칼에는 윤기가 없다. 허나 그는 이 모든 걸 극복해 내고 중세풍 헤비메틀의 대표 주자로 올랐다. 그 첫번째 비결은 '모션'이다. 그 어려운 노래를 무대 위에서 힘들이지 않고 소화하면서도 그는 전 세계의 레크레이션 강사들을 뺨치는 모션을 구사한다.
그가 보컬리스트일 뿐만 아니라 키보디스트이고, 완성도 높은 뮤지션이라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는 비단 음악적인 요소 뿐만이 아니라 문학적인 배경도 있다. 그가 내뿜는 중세풍의 아우라는 얄팍한 의상이나 소품을 활용한 결과가 아니다. 그는 중세문학에 정통해 있고 이는 그의 가사쓰기에 오롯이 다 반영된다. 심지어 그는 흑마술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런 그가 'king of rock'n roll'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면, 이 세상은 스스로 '기회의 평등'이 얼어 죽었음을 선언하는 꼴이었을 테다.
레인보우나 블랙 새버스에서 음악적 주도권은 기타리스트였던 리치 블랙모어, 토니 아이오미 등에게 쥐어져 있었기에 단순한 보컬리스트가 아니었던 디오는 결국 'DIO'를 결성했다. 나는 이 시절의 디오를 가장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그는 기타리스트에게 발탁되는 훌륭한 보컬리스트에서, 훌륭한 기타리스트를 픽업하는 밴드 마스터로 거듭났다. 이 와중에 탄생된 디오-비비안 캠벨 조는 아더왕-렌슬롯에 비유되던 데이빗 커버데일-존 사이크스(화이트 스네이크) 조와 함께 헤비메틀 불멸의 보컬-기타 콤비로 꼽힌다. 비비안 캠벨 이후에도 'DIO'는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의 등용문이었고, 나는 개인적으로 <Wild One>에서 17세 기타리스트가 디오와 함께 튀긴 불꽃을, 디오의 베스트로 지목한다.
디오처럼 되고 싶어? 그렇다 한들 누구한테 "연락해"야 할까. 장르를 바꾸거나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거나. 그래도 디오처럼 되고 싶다면, 다시 태어나라! 스래쉬메틀도 LA메틀/팝메틀도 아닌, 중앙파(?) 헤비메틀(예: 디오를 비롯, 주다스 프리스트, 아이언 메이든)은 옛날에 한물 갔으며, 디오의 전성기도 끝난지 오래. 하지만 분명 나는 디오와 동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것은 우주의 흑마술이 빚어낸 창대한 우연이다. 근래 한 1년반은 헤비메틀을 한낮에만 들었다. 어제 나는 신해철의 방송을 들으며 간만에 듣는 깊은밤의 헤비메틀에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침대에 누워 담담히 듣던 나는, 그러나 블랙 새버스의 <Heaven and hell>을 들으면서 무너졌다. 그것은 소년 시절 밤을 설치게 만들던 헤비메틀이었고, 더구나 그는 로니 제임스 디오였다.